에끼 더러운것들 시사만화

[에끼 더러운 것들]



김남주



이아무개는
(나는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겠다 내 입이 더러워질 테니까)
을사오적 중의 하나다 
그는 왜놈들한테 나라를 팔아넘기고
집에 와서 자랑했다 자기 마누라와 자식들에게
누구누구는 나라값으로 천 냥을 불렀는데
자기는 만냥을 불렀다고

누구누구는 그래서 의정서에 도장을 찍을 때도
부들부들 손가락이 떨렸는데
자기는 그렇지 않았다고
떳떳했다고

부엌에서 식칼로 명태의 배를 째고 있던 그 집 식모가
이 소리를 듣고 분을 이기지 못했다
그녀는 식칼을거머쥐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서
방문을 열어젖히고 외쳤다

"에끼 더러운 것들!"

그녀는 칼에 침을 뱉고 그것을 역적의 방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그 길로 그녀는 그 집을 뛰쳐나와 네거리에 서서 또 외쳤다

"동네방네 사람들 내 말 좀 들어보소 양반들이 나라를 팔아먹었다네!"


양반들은 가진 것이 많고 배운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에 걱정거리란 게 없었다
아침저녁으로 그들의 밥상에 오르는 것은
한결같이 나라사랑이고 백성사랑이었다
그들은 하루도 나라걱정 입에 올리지 않으면
배가 부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하루도 백성사랑 입에 올리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사람이었다




김남주 시집 [조국은 하나다]에서 발췌''

거의 예언자적인 시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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